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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 단편선●<비 오는 날>원구는 어릴적 동무였던 동욱을 전쟁통에 만난다. 동욱은 1.4후퇴때 부산으로 피난왔다. 원구는 동욱의 집안사정이야기를 듣고서 동욱을 돕고자 동욱의 집을 찾아가 보지만, 집이라곤 쓰러져 갈 것 같은 집에 동욱의 여동생 동옥이가 원구를 무심한 듯 쳐다본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우울한 날 원구는 동욱의 남매를 만난다. 동옥은 다리를 잘못 쓰는 장애인이다. 동옥의 원구를 바라보는 눈이 처음엔 무심하더니, 한번 두번 보더니 웃기 시작한다. 동욱은 장애를 가진 동생의 앞날을 걱정한다. 비 오는 날 원구는 또 동욱의 집을 찾아가보지만, 집주인은 바뀌어 있고, 집주인이 말하길 예전 집주인 노파에게 동옥이가 돈을 떼이고, 그 사실을 동욱이 알고 집을 나가고, 동옥은 힘든 몸을 이끌고 집을 나갔다 한다. ★6.25전쟁으로 인해 북에서 피난 온 두 남매가 궁핍한 삶속에서도 서로 의지하고 열심히 살아보고자 하지만, 전쟁이 가져다준 현실은 남매에게는 너무나도 무겁고 잔인한 생활고를 가져다주고 결국에는 남매가 이별까지 하게 된다. 작가는 6.25전쟁으로 인한 피폐한 피난민의 생활을 통해 전쟁이 가져다준 피해상을 비오는 날로 비유하고 있다.●<공휴일>평범한 은행원으로서 한 달에 두 번 갖는 공휴일의 의미를 도일은 느낀다. 공휴일은 무료하고 따분하고 권태스럽다. 도일의 공휴일은 그저 집에 있는 날이다. 도일이 느끼는 공휴일은 정지된 시계추의 그 맥빠진 허수함을 느끼게 한다. 도일은 공휴일속에서 인간관계의 무료함을 더욱 느낀다. 부모자식간에, 형제간에, 약혼한사이간에, 사람간의 애정과 사랑도, 직장과 도일이 사이에 형식적 계약적관계로 맺어진 것처럼 그렇게 느껴진다. 공휴일은 편하게 쉬고, 편하게 대하여할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반대로 무료함과 공허감을 느끼게 하는 거북스러운 날이다. 도일은 공휴일에 집을 나선다. 그의 약혼녀에게 파혼을 신청하기 위해서......... ●<생활적>동주는 6.25전쟁으로 이북에 가족을 다 남겨둔 채 공산당에 강제 징용되어 인민군으로 활동하다가 포로가 되어 포로수용소생활을 하다가, 석방된 지 며칠 되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북에 두고 온 처자식과 부모를 생각한다. 삶의 의미도 살고픈 의지도 없다. 옆방의 순이는 폐병으로 매일 신음소리를 낸다. 동주는 순이를 돌보러 기웃거리지만 순이는 동주를 반기지 않는다. 순이 또한 동주처럼 삶에 대한 애착이 없다. 동주와 순이는 어떻게 보면 동질적 사람이다. 고향도 이북이요, 가족의 생사도 모르고, 그냥하루를 살아가는, 어쩌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힘없는 사람들이다. 동주는 순이의 죽음에 이제껏 느껴왔던 삶의 허무함과 무심함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순이의 주검이 자신의 장래임을 알면서............ ●<미해결의장>나는 법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지만, 지금은 학비가 없어 휴학 중이다. 나는 우리 집 대장(부친)으로부터 거의 매일 구박을 받는다. 하는 일 없고, 의지가 박약하고, 미국유학에 마음 없다는 소리에 대장은 “밖에 나가 죽어라. 죽어”라고 말한다. 대장은 과거 일제시대 때 법무시험을 보았으나, 낙방하여 결국 장관이 되지 못했다고, 장관이 안 될 봐에야 미국유학은 반드시 가야하니 영어는 기필코 해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주장하는 미국찬미론자이며, 또한 인생 실패자이기도 하다. 대장은 집에서 말뿐인 가장(家長) 노릇만하는 현실 미해결자인 것 이다. 그런 대장은 동네이웃인 문선생과 장선생을 모아서 진성회라는 모임을 가진다. 진성회(眞誠會)란 말은 말 그대로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훌륭한 뜻이 있지만, 지금의 이 모임은 엉터리이고, 부조리한 조직이다. 진성회의 회원들은 현재 자신의 삶을 해결 하려는 의지가 없는, 현실인식이 전혀 없는 허영심과 위선만으로 가득 찬 부조리한 인간들의 모임인 것 이다. 나 자신도 결국 진성회의 회원이다.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바보보다 더 못한 못난 인간 군상의 집합을 상징한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해서 재봉틀을 빼앗긴 힘없는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거라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는 대장, 여동생 광순이의 매춘부 생활과 늙은 모친의 자판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며 자기는 골방 문에 기대어 어미 없는 자식들만 멍하니 바라 보고 있는 문 선생, 대장의 잔소리와 빰다귀에 뿔이 나서 오로지 광순이만 생각나서 그녀의 방과 오피스만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통해서,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인간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고 있는 나,이 모든 인간들은 결국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나는 나를 해결해주는 존재는 광순이 뿐이다. 168p,203p,210p,211p●<인간 동물 원초>같은 감방에서 생활하는 죄수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서 밀폐된 공간속에서 인간욕구를 충족하려는 폭력적 권력 관계들 사이에서 피해당하는 약자의 모습을 통해서, 감옥사회를 하나의 사회로 인식하면서 그 사회의 상징성과, 폭력성, 권력성을 현재 사회와 비유해 볼 수 있다.
전후 한국 문단의 가장 문제적인 작가 손창섭이 그려낸 불구적 사회를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 군상들의 내면 풍경. 제4회 을 수상한 「잉여인간」, 「비 오는 날」 외 12편 수록.

손창섭 소설의 현장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벼랑 끝이다. 전쟁 직후의 절박한 상황이 그것이다. 손창섭의 전후 사회 인식은 경제적인 궁핍과 사랑의 결핍이다. 그 결핍은 다시 정신적인 결핍과 육체적인 불구로 요약된다. 그의 소설은 전후 사회의 결핍 그 자체에 대한 한 폭의 음화다. 그나마 그것도 인화지에 잘 현상된 사진이 아니라, 아직은 병리적인 관찰과 희화화된 인물로 남겨진 한 폭의 네거티브 필름일 뿐이다. ―송하춘(고려대 교수)


비 오는 날
공휴일
생활적
미해결의 장
인간동물원초(人間動物園抄)
혈서
가부녀(假父女)
사선기(死線記)
신의 희작(戱作)
포말의 의지
잉여인간
설중행(雪中行)
유실몽(流失夢)

작품 해설
전쟁 직후의 네거티브 필름/송하춘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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