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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행서를
집어 들었다. 공부에 도움이 안 된다는 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잠시 외면했던 여행관련 책을 다시금 들추어
보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름은 여행의 계절이고, 지난
몇 년간의 여름은 해외에서 보내게 되어 여름이 되니 그 때의 기억이 솔솔 떠올라 어찌할 수가 없다. 책으로라도
대리만족을 하는 수 밖에.
이 책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는 오래 전에 구입하여 동봉된 CD는 수도 없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읽으리라는
생각에 다 읽지 않고 접어 두었었다. 당연히 영화를 보지 못해 이번에 읽어보리라 다시금 책을 열어보게
되었다.
페이지가 점점 넘어가면서
‘너무 감상적이지 않은가’ 에서 ‘아주 감성적이네’ 로 나의 생각은 바뀌어 갔다. 그리고 저자에 대해서도 검색해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피지 모누리키섬’ 이다. 일상적인 여행과는 매우 동떨어진 TV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화 ‘캐스트 어웨이’ 를 감명 깊게(감명 깊게 봐서인지 인상이 깊었는지는 사실 모른다)봤어도 똑같이 체험을 해 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는 도전이다. 물론
집필이라는 목표와 기타 인프라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결코 간단한 도전만은 아니었던 것이 확실하다. 책을 읽으며 사실 가고는 싶었지만 엄두는 나지 않는다.
나의 여행 버킷리스트에
들어있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또한 인상 깊었다. 아말피 해변의 쏟아질 듯한 절벽 옆에 나체로 누워 태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사실 이탈리아 전체가 버킷리스트여서 이 또한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여러
번에 걸쳐 다녀오던지 한 번에 길~게 다녀오지 않는 이상 그 많은 아름다운 곳을 다 가보긴 쉽지 않을
것이다.
오래 전 영화 ‘첨밀밀’의 배경지인 홍콩을 처음 방문했을 때 지인의 말씀이 기억난다.
‘ 영화의 흔적을
쫒아 여행을 떠나는 너는 진정한 로맨티스트 같다’
사실 ‘로맨티스트’는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 저자 이동진씨는 진정한
로맨티스트가 맞다.
영화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발자국과 그림자
이동진 영화전문기자가 전하는 영화 속 현장이야기
문학과 마찬가지로 영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저 너머의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저 너머의 세상을 그리기에 색다른 아름다움을 전하곤 한다. 영화평론가 겸 영화전문기자인 저자는 영화 속 아름다운 배경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또다른 영화 이야기,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를 보면서 아름다운 배경을 보면서 저기는 어디야? 라고 외치며 우리의 가슴을 감동시키던 현장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이야기가 스크린으로 옮겨가고, 스크린 속 장면이 또다른 이야기로 펼쳐지는 셈이다.
영화의 자취를 좇아 3년여 세계 여러 곳을 누빈 여행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 대해 저자는 천일 동안 길에서 어렴풋이 열두 개의 꿈을 꾸었고 이 책은 그런 여행의 그림자를 담은 잔상과 이명의 기록 이라고 말한다. 영화 속 이야기를 곱씹어보는 섬세한 문장과 영화에서 만날 수 없었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아일랜드, 튀니지, 스페인, 피지, 스웨덴 등 아름다운 영화 속 현장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영화 속 현장에 대한 기록을 담은 것과 동시에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주옥과 같은 OST를 엄선하여 함께 전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말할 수 없는 비밀〉,〈폭풍의 언덕〉, 잉마르 베리만,〈맘마 미아〉,〈내 어머니의 모든 것〉 등에 대한 여행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음악과 함께 영화 속 현장으로 멋진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1 연인들의 약속
그 밤, 나는 별의 잔해였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오스트레일리아 울룰루와 일본 아지초
단 한 번의 사랑, 단 한 번의 삶 ―〈원스〉, 아일랜드 더블린
흘러가버린 시간 속의 꿈 ―〈스타워즈〉, 튀니지
환상을 말하는 자의 도시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페인 바르셀로나
#2 기억의 흔적
세월의 벽을 넘어서 ―〈말할 수 없는 비밀〉, 대만 단수이
계절이 흘러갈 무렵 ―〈맘마 미아〉, 그리스 스키아토스 섬과 스코펠로스 섬
아무것도 알지 못하겠어요 ―〈캐스트 어웨이〉, 피지 모누리키 섬
눈부신 햇살 속에서 ―〈투스카니의 태양〉, 이탈리아 토스카나
#3 시간의 자취
바람이 잉태한 사랑 ―〈폭풍의 언덕〉, 영국 요크셔데일스
침묵의 봉인 ―잉마르 베리만의 무덤을 찾다, 스웨덴 포러 섬
평화로운 모든 것은 느리다―〈소나티네〉, 일본 오키나와
불멸하는 이야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영국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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