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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김기협이 해방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쓴 해방일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는 1945년 8월 해방 전후부터 시작하여 대한민국이 건국되는 1948년 8월까지, 해방 후 3년 동안 일어났던 일을 총 10권의 책에 일기형식으로 담았다. 1945년 8월 일제의 패망으로 찾아온 해방은 이 땅에 통일된 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여정이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1948년 8월 남한만의 단독정부를 수립하는 것으로 귀결되어졌다. 1947년11월 유엔총회에서 남북총선거에 의한 정부수립을 결의하고, 1948년2월 유엔소총회의 가능지역만의 선거 결의에 따라 1948년5월10일 남한만의 선거로 건국이 본궤도에 들어선 것이다. 미국은 소련이 동의하지 않은 남한만의 건국과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유엔의 권위를 빌리고자 했고, 그 노력은 1948년 가을의 유엔총회에서 인준을 받기 위해 그전에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해방 후 3년 동안, 남한사회는 소련과 소련의 사주를 받은 좌익 때문에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고, 극단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니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워왔으니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 당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편의 코미디라고 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해방공간에서, 변화를 총체적으로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극소수였다고 말한다. 그 중에는 빠르고 큰 변화를 바라는 진보성향의 사람도 있었고, 완만하고 신중한 변화를 바라는 보수성향의 사람들도 있었지만, 진보와 보수의 성향차이는 그리 심하지 않았고, 혁명의 범위와 진도를 절충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중도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군정을 등에 업은 극우와 자신들의 헤게모니만을 앞세우는 극좌의 등장이 이후 우리사회를 원칙과 상식을 낯설어하는 사회로 만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그들 극우와 극좌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비로소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한 민족과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권력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건국하고, 통치해왔는지를 우리로 하여금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해방공간을 너무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학 새내기 때 선배들의 강요(?)로 읽은 [해전사] 덕분에 해방공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틀은 가지고 있었지만, 단편적으로 알게 된 사실들이 전부인양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것들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군정은 3년 동안 친일파와 유산계층을 기반으로 한 단정세력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었고, 한민당과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미군정을 뒷받침 한 경찰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울 수 있었다. 그렇게 이어져 온 것이 바로 오늘날 이 땅의 주류세력이고 뉴라이트라 칭하는 자들이 아닌가 싶다. 그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칭하는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권력의 시장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들은 왜 그렇게 이승만을 칭송하고, 또 왜 뼛속까지 친미파임을 내세우고 있는지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1945년 8월15일의 해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경술국치후 40여년 만에 일본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민족해방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군국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는 자유회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당시는 민족해방의 측면만 앞세워 생각하면서 자유회복은 당연히 뒤따라 올 것으로 낙관하였지만, 해방된 민족이 일제시대보다 더한 참극을 겪게 된 결과에 비추어 보면 지나친 낙관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반 문제들이 100년 전에 잃어버린 국가를 아직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파생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나마 당시 해방공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안다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4년여에 걸쳐 [해방일기]를 써온 저자의 결의가 새삼스레 대단하게 느껴진다. 또한 그 책들이 한 권, 한 권 간행되기만을 기다린, 이제 그 기나긴 기다림이 끝났다는 사실이 한 사람의 독자로서 시원섭섭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대한민국을 ‘권력의 시장’으로 만든 이승만 - 해방일기 10권 개요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대한민국 건국과정이 본 궤도에 들어섰다. 한독당과 중도우익 정당들은 5. 10 선거를 보이콧했고, 남북협상을 주도한 민족주의자들은 분단건국의 길 위에서 방향을 잃었다. 한민당과 독촉은 힘을 합쳐 이승만을 제헌국회 의장으로 밀었고, 김구도 김규식도 없는 국회 안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런데 ‘공공의 적’을 따돌리고 나자 이승만과 한민당은 ‘지분’ 싸움을 시작한다.
이승만의 권력독점욕은 이제 한민당을 야당으로 만들었다. 내각책임제로 되어 있던 유진오의 초안에 대해 이승만은 의장 직권으로 대통령책임제로 바꾸었다. 이승만과의 권력 ‘분점’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하고 싶었던 한민당이 권력을 ‘독점’하려는 이승만과 충돌한 것이니, 저자는 이것이 대한민국 제1야당의 출발점이라 한다. 이승만이 대통령 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다.
경쟁자가 없었다. 한민당은 대통령-부통령까지는 이승만의 구상에 따랐다. 그 대신 한민당의 바람은 김성수를 국무총리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승만은 이윤영이란 정치 기반이 전혀 없는 사람을 내세웠다 부결당하더니 이범석을 밀었다. 한민당은 두 번째 지명까지 부결시키기는 부담스러웠다. 이승만은 대통령과 협력하는 국무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을 받드는 국무총리를 원한 것이었다. 이승만 독재체제를 완성한 1954년 11월의 ‘4사5입 개헌’에서 이승만은 국무총리 자리를 없애버린다.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가 결정된 이제 남은 것은 내각 구성을 위한 장관 임명이었다. 여기서 초점이 된 문제는 누가 경찰을 장악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미군정 3년 동안 권력의 근거로서 경찰의 역할이 엄청나게 커졌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고 하는데, 남조선에서 총을 휘두른 가장 큰 조직이 경찰이었고, 이승만의 정권도 경찰에 의지할 것이 분명했다. 경찰국가의 내무부장관 자리를 놓고 조병옥과 장택상의 각축적인 벌어졌다. 끝내 조병옥보다 장택상을 선택한 이승만의 뜻은 분명했다. 한민당을 배경으로 가진 조병옥보다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장택상이 이승만에게는 편리했던 것이다.
머리말 대한민국을 ‘권력의 시장’으로 만든 이승만
1. 해방 조선의 비극을 대표한 제주 ‘폭동’
1948년 5월 1~29일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 미군정, 진짜 이상해요
1948. 5. 1. 4·3은 경찰이 만들어낸 참극이었다! (1)
1948. 5. 3. 4·3은 경찰이 만들어낸 참극이었다! (2)
1948. 5. 5. 4·3은 경찰이 만들어낸 참극이었다! (3)
1948. 5. 8. 길거리에 서 있다고 잡아가는 나라?
1948. 5. 10. 자랑스러운 선거에 초를 친 시리아대표 무길
1948. 5. 13. 조선에 앞서 내전의 비극을 겪은 그리스
1948. 5. 15. 북한 전력의 이남 공급 중단, 적대적 공생관계의 한 사례
1948. 5. 17.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고 마는 유엔위원단
1948. 5. 20. 제주 사태는 전쟁의 리허설?
1948. 5. 22. 이승만을 막을 세력이 없는 제헌국회
1948. 5. 24. 분단건국의 길 위에 선 민족주의자들
1948. 5. 27. 미군정은 조선민족의 민생을 위하여 허심탄회할 것을 요청한다
1948. 5. 29. 산파 외출 중에 태어난 남조선 제헌국회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 산파 외출 중에 몸 푼 미군정. 왜?
해방의 시공간-일지로 보는 1948년 5월
2. 유엔은 조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1948년 6월 3~28일
1948. 6. 3. 박근혜 대통령, 하지 사령관보다는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기를······
1948. 6. 5. 하지 사령관, 우리 헌법은 우리가 만듭니다
1948. 6. 7. 미국과 일본, 누가 더 악질인가?
1948. 6. 10. ‘독도폭격사건’의 숨겨진 의미
1948. 6. 12. ‘정치범’ 한 명도 없는 남조선
1948. 6. 14. 올림픽선수단 출발 직전의 체육회 간부진 총사직, 왜?
1948. 6. 17. 대통령책임제 아니면 대통령 못하겠다는 이승만
1948. 6. 19. 일본이 족여놓은 조선 경제, 미군정이 확인사살
1948. 6. 21. 미군정하 조선어학회의 시세 폭락
1948. 6. 24. 한민당·이승만의 대리전, 조병옥의 ‘장택상 죽이기’
1948. 6. 26. 45일 만에 저항을 포기한 유엔임시조선위원단
1948. 6. 28. 미국의 횡포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 곳, 팔레스타인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 낙원 건설은커녕 불구덩이 피하기 바빠요
해방의 시공간-일지로 보는 1948년 6월
3. 독재의 길을 닦는 이승만
1948년 7월 3~29일
1948. 7. 3. 패망의 길로 일로매진하는 장개석정권
1948. 7. 5. 미군정의 목표는 모든 남북관계의 단절?
1948. 7. 8. 이승만의 재촉 앞에서 건져낸 ‘노동자 이익균점권’
1948. 7. 10. 두 개의 ‘가능지역 정부’를 향하여
1948. 7. 12. 티토-스탈린 갈등에서 드러나는 소련의 본색
1948. 7. 15. 딘 장관이 카메라를 도둑맞았습니다 이것이 신문기사?
1948. 7. 17. 이제는 떳떳해진 제헌절의 의미
1948. 7. 19. 초기 북·중 관계를 밝혀줄 ‘류현산 자료’
1948. 7. 20. 남조선을 암흑상태에 남겨놓고 물러나는 미군정
1948. 7. 24. 책략가 대통령 곁에 선 선비 부통령
1948. 7. 26. 국무총리 임명권으로 주도권을 쥔 이승만
1948. 7. 29. 협력을 모르고 경쟁에만 매몰된 지도자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 홍명희의 ‘선택’을 어떻게 보십니까?
해방의 시공간-일지로 보는 1948년 7월
4. 독립 아닌 건국
1948년 8월 2~14일
1948. 8. 2. 윤치영이 드러내는 대한민국 초대 내각의 본색
1948. 8. 5. 8월 4일 저녁, 부통령은 어디에 있었나?
1948. 8. 7. 혼란과 분열에 빠져드는 통일건국 추진세력
1948. 8. 9. 미군정이 대한민국에 물려준 최대의 유산, 경찰
1948. 8. 12. 친일파 처단의 때가 아직도 안 되었다는 이승만
1948. 8. 14. 이승만 지지자들도 이건 너무하다!
안재홍 선생에게 묻는다 ‘21세기의 민족주의’는?
해방의 시공간-일지로 보는 1948년 8월
연재를 끝내며 내일의 민족주의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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