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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대해 잘 몰랐다. 가장 최고의 법이란 것은 알고 있었고, 헌법을 바탕으로 다른 법이 제정되어야 하고, 국가의 모든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헌법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역할을 하고, 그것을 지킨다는 것은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었다. 아니, 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가 제대로 된 헌법의 가치 아래서 산 것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다. 헌법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헌법이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87년 이후라고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때의 헌법도 급작스레 제정되었고, 그 이전의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요소들을 그대로 끌고 온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이기도 하고, 권력 구조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선거 때마다 헌법 개정 문제가 떠오른다. 재작년의 선거도 그랬고, 작년 상반기까지 헌법 개정의 문제는 첨예한 문제였다. 그러나 이제는 많이 사그러들었고(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지), 아마 다음 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거의 상황은 비슷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작년 같은 경우엔 헌법 개정의 적기였다. 그래서 이러 저런 논의가 있었고, 그 와중에 나온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책, 김진한의 『헌법을 쓰는 시간』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헌법을 ‘쓰는’ 시간”이다. 헌법을 ‘읽는’ 시간이 아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의미한다. 우리가 어떤 헌법을 이고 살아가는지, 그게 어떤 효과와 의미가 있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잘 알아보자는 책이 아니란 점이다. 물론 그게 전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책도 그에 관한 내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그렇게 헌법을 읽는 목적은 바로 헌법을 쓰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이 책의 목적이다. 헌법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헌법 개정의 논의가 대통령과 국회, 그리고 전문가들만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문제 의식이다(제대로 된 ‘논의’라도 이뤄지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바로 시민이 헌법 개정의 주체 중 하나로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적지 않다. 헌법이란 가장 최고의 법이지만, 가장 추상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한 법이며, 강제력을 지니지 못한 가장 허약한 법이 될 수 있다. 권력이 무시하고, 국민이 그에 적극적으로 항거하지 않으면 거의 구실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과거의 독재 정권에서 헌법은 거의 구실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대법원이며 많은 법관들이 헌법이란 법이 아니라 정책적 선언에 가깝다고 여긴다고 하는 부분은 사실 충격적이기도 하다. 헌법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또한 법치주의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법치주의의 원칙이란, ‘법에 의한 질서’라든가 ‘법에 대한 준수의 강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권력을 헌법에 복종시켜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법치주의와는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다. 엄정한 법질서의 실행은 그 전제가 바로 시민들의 자유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법인 그런 역할을 하고 있고, 공권력이 그걸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헌법은 또한 권력을 제어하는 목적을 갖는다. 이 부분도 어쩌면 생소한 부분이다. 헌법은 권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를 규정하는 것이 가장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온 경향이 있다. 그래서 헌법 개정의 논의도 권력 구조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가장 첨예하고, 논의도 많이 되는 문제다. 하지만 그런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도 실제로는 권력을 어떻게 하면 제어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귀속되어 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배운다. 저자는 권력을 제어하는 헌법의 원칙을 여섯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앞에서도 얘기한, 우리가 그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법치주의의 원칙, 민주주의의 원칙, 권력분립의 원칙, 자유의 원칙, 표현의 자유, 헌법재판제도. 이렇게 여섯 가지인데,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그런 걸 누린다고도 생각하고, 또 어떤 관점에서는 그 원칙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들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게 정말로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또 그것들이 어떻게 침해받아 왔으며, 어떤 방향으로 헌법 개정의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지도 제시하고 있다. 그래도 법조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앞서 읽은 조지형의 『헌법에 비친 역사』에 비해 다소 건조하다. 그러나 그건 문체의 문제이지, 읽고 이해하는 데는 오히려 더 낫다. 헌법(특히 미국의 헌법)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것에 비춰 우리나라 헌법을 바라보는 데는 조지형의 『헌법에 비친 역사』가 낫지만, 헌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지켜내고, 발전시켜 나가는 논의를 위한 준비로는 이 책 『헌법을 쓰는 시간』이 훨씬 낫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할 때, 이런 책을 빼놓으면 안된다. 정말 우리 시민이 헌법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시민으로서 준비를 해야 한다.
헌법과 권력에 대한 냉철하고도 시의적절한 분석 수십 년간 기다려온 헌법 개정의 기회권력 견제라는 토대 위에서 논의해야이제 다시 헌법을 쓰는 시간이다. 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시기다. 헌법 전문가인 저자는 개헌 논의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정치인들과 그 영향권 아래에 있는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놓는다면 수십 년간 기다려온 기회를 패착으로 날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저자는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정부형태 변경으로 논의가 한정되는 것을 우려한다. 우리가 근원적인 질문, 즉 ‘우리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못했는가?’에 대답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 시민들의 자유가 여전히 커다란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책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과 미국 등에서 강력한 군주의 독단에 맞서 시민의 자유를 확보해온 역사적 과정을 소개한다. 그리고 권력의 폭주를 제어하는 과정의 핵심은 권력분립이었음을 밝힌다. 나아가 입법, 집행, 사법 권력이 서로 얽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해온 우리나라의 현실을 여러 사례로 보여주며 그 위험성을 논리적으로 지적한다. 저자는 이처럼 헌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는 방법, 시민들의 자유와 권력의 통제를 실현하는 방법, 민주주의 꿈을 실현하는 방법을 헌법의 원칙들이라는 틀에 담았다.저자에 따르면 국민의 자유를 천명하는 것만으로는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 이 원칙들을 알고 그 토대 위에서 논의를 펼쳐야 헌법이 자유 보장이라는 제 기능을 하고, 국민들이 마침내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추천의 글_7
프롤로그_14
제1부 법과 정치 이야기
제1장 법 이야기
01 법이란 무엇인가?_28
02 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_34
03 법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_41
제2장 정치 이야기
01 정치란 무엇인가?_51
02 여러 가지 정치적 결정들_52
03 정치와 헌법 이야기_59
제2부 권력을 제한하는 ‘권력의 원칙들’
제3장 모든 자의와 폭력의 지배를 배제한다 - 법치주의 원칙
01 법치주의 원칙이란 무엇인가?_70
02 원칙의 뿌리, 영국의 ‘법의 지배’_76
03 독일의 법치국가 원칙_83
04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원칙_86
제4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 민주주의 원칙
0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_98
02 영국의 보통선거 원칙 논쟁의 현장_104
03 프랑스대혁명과 두 가지 민주주의의 대립_109
04 정당민주주의_116
05 우리의 정치체제는 충분히 민주주의적인가?_122
06 민주주의를 부탁해_129
제5장 권력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 권력분립 원칙
01 국왕 살해의 전설_130
02 국가권력과 그 권력 나누기_133
03 세 가지 권력 이야기_136
04 권력분립 원칙을 지키는 새로운 생각들_145
제6장 권력분립 원칙의 설계도, 정부형태
01 정부형태란 무엇인가?_157
02 대통령제_160
03 의원내각제_176
04 대한민국의 헌법 개정 논의_190
제3부 자유의 원칙들
제7장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 것인가? - 헌법 제37조 제2항의 원칙들
01 기본권의 조항과 헌법 제37조 제2항_208
02 과잉금지 원칙_221
03 과잉금지 원칙의 적용, 하나: 위험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들_230
04 과잉금지 원칙의 적용, 둘: 외로운 사람들_238
05 과잉금지 원칙의 적용, 셋: 두려워하는 사람들_246
06 과잉금지 원칙의 적용, 넷: 어둠의 자식들_252
제8장 가장 혐오스런 표현이 누릴 수 있는 자유 표현의 자유
01 표현의 자유란 무엇인가?_263
02 나쁜 표현들_269
03 생각의 옳고, 옳지 않음을 판단하고 강요하지 않는 원칙_271
04 위축효과의 법리_279
05 검열금지의 원칙_292
06 언론기관의 자유_296
07 알 권리_304
08 집회의 자유_309
제4부 권력을 제한하는 새로운 장치, 헌법재판제도
제9장 헌법재판제도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01 문제가 많은 재판, 헌법재판_320
02 누가 헌법재판을 해야 하는가?_326
03 우리나라 헌법재판 이야기_331
04 헌법재판을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_334
05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제도의 작동_337
06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소통하는가?_344
제10장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어떻게 재판하는가?
01 미국 연방대법원은 어떤 최고법원인가?_349
02 구두변론의 과정_353
03 판결문의 작성_356
04 연방대법원 심판의 공개_359
05 연방대법원은 어떤 심판구조를 갖고 있는가_360
제11장 헌법재판은 누구에게, 어떻게 맡겨야 하는가?
01 우리는 어떤 헌법재판관을 원하는가?_361
02 최고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방법_366
제12장 헌법재판소를 독립시키는 방법
01 재판관의 독립과 임기의 복잡한 함수 관계_371
02 헌법재판소장의 임기_373
제13장 또 다른 헌법재판기관: 대법원
01 대법원과 헌법재판_380
02 이유 있는 불신_384
03 대법관 전관 변호사_388
04 대법원 구성의 문제점_394
에필로그_405
감사의 글_415
참고문헌_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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