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여름 방학보다 겨울 방학이 늘 기다려지고 좋았다. 모든 이유를 제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였다. 도서관이나 지인의 책장에서 빌린 책들을 쌓아 놓고 읽을 때의 그 뿌듯함과 느긋함.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라도 되면 세상에 혼자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책이 더 잘 읽히곤 했다. 그런 기억이 희미하게만 남아 있을 뿐, 어떤 책을 읽고 즐거워하고 어떤 문장을 보며 감동 받았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그 당시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읽었던 추억이 떠올라 무언가 아련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첫 단편「세상 끝의 신발」때문인지도 모른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쌓인 눈, 신발, 그리고 토방위에 놓인 순옥 언니의 신발. 이 소재만으로도 내가 자란 시골의 겨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