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젝은 세계적인 사기꾼이다. 지젝은 촌구석 차원의 무뢰배가 아닌 전지구적 차원의 지적 건달이다. 이 말을 해놓고 보니 내가 마치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말한 안데르센 동화의 순진한 소년처럼 느껴진다. 지젝의 표현을 빌어 나도 이 지면에선 똑똑 바보 의 천치 역할을 연기 좀 해야겠다. 헛똑똑이 라는 말이 좀 더 우리말스럽지만 말이다. 지젝의 사기꾼적 기질은 헤겔을 라캉을 전유해서 해석하겠다고 나선다는 점에 있다. 변증법자 헤겔을 굳이 반변증법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라캉을 통해 볼 필요가 있을까? 잘 알다시피 심리학의 거두 프로이트와 라캉 모두 무척 반철학적이었다. 라캉이 살아있다면 분명 자신의 담론으로 헤겔을 풀어보겠다는 지젝의 장난질 에 반감을 표시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젝의 의도는 일단 접수했다. 지..